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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혁신 생태계..짐 싸는 스타트업
모빌리티 업계는 택시의 눈치를 보는 정부에 의해 해외와 달리 성장이 가로막혀 있다. (사진=헤럴드DB)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모빌리티, 블록체인, 바이오, 공유숙박 등 4차산업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해외로 사업무대를 옮기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의 과도한 규제, 기득권 보호, 4차산업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신산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스타트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스타트업 육성을 외치고 있지만 일관성을 잃은 정책과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규제 장벽으로 스타트업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25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모빌리티 스타트업인 리싱은 올해 초 중국 선전시에 본사를 설립하고 중국인을 대상으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세계 최초로 군집드론 기술을 상용화해 이슈가 됐던 스타트업 유비파이는 본사는 한국에 있지만 모든 영업을 미국에서 하고 있다.

국내 한 블록체인 기업은 지난 6월 신규 게임을 개발하고 국내 시장 출시를 계획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계속해서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가 게임 플레이에 적용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 기업은 국내가 아닌 중국과 동남아 중심으로 게임을 출시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 기업 대표는 "우리나라는 규제가 블록체인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미국만 해도 블록체인 게임하나로 연매출 3000억원을 올리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며 "중국,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뒤 국내 유저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재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이 계속해서 무산되면서 관련 기업들도 해외 탈출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 데이터 축적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그러나 숱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원격 스마트 의료의 ‘갈라파고스’로 전락했다. 기술이 아닌 규제가 20여년째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과 스마트 의료를 제한하는 개인정보법에 막혀 네오펙트 등 국내 의료 벤처기업들이 한국을 떠났다. 네오펙트 관계자는 “일찌감치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며 “국내 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면 제대로 된 기술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숙박분야에서는 국내 스타트업이 수익이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내국인의 에어비앤비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H2O호스피탈리티는 법 규정이 유연한 일본으로 사업무대를 옮겼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떠난 빈 자리는 해외 대형 업체들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의 경우 거대 자본을 앞세운 해외업체들이 국내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우버는 국내에서 택시 모빌리티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디디추싱도 내년을 목표로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영세한 스타트업들은 문을 닫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카풀 스타트업인 풀러스는 무상 카풀서비스로 명맥만을 유지하다가 결국 택시 모빌리티로 방향을 틀었고 위츠 모빌리티와 위모빌리티는 카풀서비스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한채 접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진입 규제는 한국 스타트업이 성장 잠재력을 제한하는 한계로 작용한다”라며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신산업에 대한 ‘우선 허용, 사후 규제’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