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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혁신 이루기 위해선, 혁신가보다는 휴머니스트가 돼야"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금융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선 '기술 개발'이 아닌 인간사회의 변화된 양상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다수의 혁신 시도가 실패했던 이유가 변화된 인간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을 고려치 않고 단순히 '기술' 개발에만 매몰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방법론으로는 정부·기업·소비자 간 역할의 경계를 허물고, 사람들의 니즈(수요)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배우고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2019서울국제금융콘퍼런스'에서 크리스 콜버트 전 하버드 이노베이션 랩 매니징 디렉터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상혁 기자]
크리스 콜버트 전 하버드 이노베이션 랩 매니징 디렉터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서울국제금융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서울금융위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컨퍼런스의 주제는 '핀테크 라이즈'였다. ◆"인간사회의 변화 읽지 않으면 혁신은 성공할 수 없어" 이날 콜버트 디렉터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의 기회와 도전'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혁신은 실패하기 마련인데, 그 이유는 바로 인간의 변화한 삶의 양식을 고려하지 않고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라는 게 콜버트 디렉터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약 95%의 기업이 기업 혁신에 실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용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무엇보다 인간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제언이다. 그는 "최근 들어 비트코인, 인공지능, 핀테크 등 여러 가지 말이 나오고 있지만, 이 개별적인 개념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들이 우리들이 소통하는 방식, 가치, 사는 법, 보건, 정신건강 등 모두를 바꿔놨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인간 사회가 바뀌었는데, 우리는 그 사실을 무시하며 계속해서 이용자들이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는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라며 "이러한 변화을 읽는 게 혁신을 이루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콜버트 디렉터는 크게 네 가지로 인간사회 금융 패러다임 변화를 설명했다. 첫 번째로 중간 매개자가 사라진 거래 형태다. 그는 "오늘 날의 거래에선 사용자와 공급자 사이에 있었던 중간 공급자가 사라졌다"라며 "이제 모바일로 커피를 주문해 놓은 다음 찾아가기면 하면 되며, 드론으로 물건을 배송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의 인간들은 마찰을 싫어한다"라며 "앞으로 우리가 해야하는 건 이같은 마찰을 없애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 모델의 통합을 두 번째 패러다임으로 들었다. 그는 "아마존의 경우 리테일, 이커머스 등 모든 비즈니스 모델이 하나로 통합돼있는데, 이 덕에 훨씬 고객 친화적 서비스를 갖추게 됐다"며 "예전엔 카테고리를 나누는 게 중요했지만, 오늘 날의 소비자들은 이런 것보다는 '빠른 속도'에 신경을 쓴다"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는 서비스 경제의 성장을 꼽았다. 최신식 텔레비전과 맞먹는 가격의 식사도 자신들의 기대에 부합한 서비스라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사람들은 사용하고 곧바로 버리는 등 제품을 사유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라며 "소비자들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도 점점 맞춤형으로 변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기술 발달에 따른 부작용 증가를 들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그에 비례해 실업자, 환경 문제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대학생 중 25%가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겪고 있으며 160만건의 자동차 사고가 운전 중 문자를 하면서 발생했다고 한다"라며 "기술이 발달하면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부정적 결과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등 우리들은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혁신, 휴머니스트에 의해 이뤄질 것…다른 사람들을 이해해야" 이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야 금융혁신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 혁신에서 성공을 달성하려면 인간 환경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야 한다"라며 "그간 분리됐던 것들이 이젠 완전히 '오픈' 환경으로 바뀌었고 예전엔 계급과 통제가 있었지만 이젠 이용자들의 권한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극단적인 발언일 수도 있지만, 혁신은 혁신가보다는 휴머니스트들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며 "사람을 진실되게 이해할 수 있는 이들, 사람들의 니즈나 욕구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혁신을 성공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공유경제 서비스와 관련된 갈등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내놨다. 그는 "어제 한국 신문의 기사를 읽었는데, 사람들이 혁신을 밀어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며 "결국 혁신 기술은 사람들의 상황을 이해한 순간에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혁신을 이루기 위한 방법론으로는 '벽 허물기'를 꼽았다. 정부 당국과 기업 사이의 벽을 허무는 등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진단이다. 그는 "정부, 기업, 은행, 핀테크 할 것 없이 모두 벽을 허물어야 한다"며 "일을 하다보면 리스크와 변화를 싫어하는 기업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혁신이라는 경주에서 이기려면 벽을 허물고 기존의 관행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교육이다. 기술이 개발되는 속도보다 인간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가 훨씬 느린 만큼 교육 지원을 통해 그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새로운 생각을 배워야 하는 만큼, 사회적인 차원에서 교육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며 "기술 개발 속도보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훨씬 느리므로 도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융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정부 관료로서, 기업가로서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주변사람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며 "오늘부터 정부 관료로서, 기술자로서, 핀테크 기업가로서 활동하는 게 아니라, 각각 한명의 인간으로서 다른사람을 이해하는 데 행동해 주시길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된 '2019서울국제금융콘퍼런스'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서상혁 기자]
한편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회사를 통해 "세계 최초의 5G기술 도입, 가장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등 서울은 그 어떤 곳보다도 핀테크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도시"라며 "앞으로 서울시는 그 누구보다 변화에 앞장서는 퍼스트 무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