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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000’ 시험대...‘태조이방원’ 위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를 기대했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한 긴축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은 물론 국내 증시도 부담이 불가피해졌다. 전문가들은 증시의 본격적인 회복이 어려운 상황으로 진단하고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당 기간 동안 고강도 긴축과 경기 불안이라는 이중고가 지속될 것이다. 내년 1분기까지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코스피 하단을 2050포인트로 예상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센터장은 “우리 시장도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연준의 긴축 강도에 당분간 강한 긴축 의지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연말까지 2300~2600포인트의 얕은 박스권 흐름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연준이 긴축 강도를 높이면서 경기 둔화 압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주식시장은 전저점을 테스트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4분기까지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난 7월 기록한 저점을 깨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가 급락했으니 국내 증시도 비슷하게 전염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은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과잉이 있는 나라는 아니기 때문에 7월 저점을 깨고 내려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불안한 만큼 공격적으로 수익을 추구하기보단 방어적으로 버티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별 종목 중 버틸 수 있는 종목을 골라야 한다”며 “일단은 방어주나 배당주로 가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도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전) 급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급등한 종목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을 우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낙폭과대인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은 주가 조정이 충분히 이뤄진 측면이 있고 경기 우려를 일부 반영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배당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반등 시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현금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채권시장은 금리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센터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더 크게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한동안 우리 시장금리도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6월 전고점(3.5%) 상회를 시도할 것”이라면서 “국고 금리도 미 국채 금리에 연동해 단기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가상자산 시장 역시 CPI 상승의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비트코인도 하락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미국의 자이언트스텝 등 기준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는 시장에서 예상됐던 부분인 만큼 추세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관건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다.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됐지만 어느 정도 폭으로 할 지에 따라 시장이 느끼는 충격이 달라질 수 있다. 정 센터장은 “8월 CPI 충격 이후 100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상했다”며 “금리 인상 폭과 점도표 변화, 이에 대한 시장의 해석 과정에서 증시의 등락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경·김상훈·권제인 기자